체육단체장 직선제 전환의 함정

조전혁인증 필진

2026.06.30 · 조회 40

스포츠마저 이념의 진지로 만들 텐가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여론의 분노를 틈타 정부와 정치권이 회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로 바꾸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축구협회의 폐쇄적 행정에 정당한 비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선거 제도를 뜯어고치겠다는 거친 개입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는 민심의 방패 뒤에 숨어 은밀하게 전개되는 좌파 진영의 전형적인 ‘문화진지전(War of Position)’ 전술에 휘말리는 치명적인 함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가 정립한 진지전은 언론, 학계, 문화, 체육 등 사회 전반의 비정치적 영역에 합법적인 교두보를 확보하고, 대중의 의식을 장기적으로 지배해 나가는 권력 획득 전략이다. 이 전략의 핵심 무기가 바로 대중주의를 자극하는 ‘직선제 프레임’이다. 모든 권력을 대중의 직접 투표로 결정하자는 그럴싸한 명분은, 전문성과 중립성이 생명인 비정치적 조직을 손쉽게 진영 논리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이는 치트키 역할을 해왔다.

​우리는 이미 교육 행정의 수장을 주민 직선으로 뽑으면서 학교 현장이 어떻게 황폐화되었는지 똑똑히 목도했다. 교육감 직선제는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서 ‘깜깜이 선거’로 전락했고, 그 틈을 타 했다. 그 결과 백년대계여야 할 교실은 가치관을 주입하는 합법적 ‘문화진지’로 변질되었고 교육의 정치화라는 참담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제 그 실패한 이념 진지전의 공식이 스포츠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OECD 스포츠 선진국 중 축구협회장을 직접선거로 뽑는 나라가 단 한 곳도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고도의 행정 전문성과 스포츠 외교력이 필요한 자리가 거대 세력의 조직 투표와 포퓰리즘에 휘둘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부와 정치권력의 간섭을 엄격히 금지하며 ‘월드컵 출전권 박탈’이라는 초강수 징계를 규정해 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만약 축구협회를 비롯한 체육단체장 선거가 완전 직선제로 전환된다면, 체육계는 정책과 역량이 아닌 진영 대립이 판치는 또 하나의 정치판이 될 것이 자명하다. 거대 세력이 탄탄한 하부 조직을 앞세워 스포츠 권력의 헤게모니를 쥐고, 그들만의 새로운 문화적 진지를 구축하도록 정부가 앞장서서 멍석을 깔아주는 꼴이다.

​체육단체의 부패와 독점 구조는 엄연히 존재하는 정관과 시스템 개혁을 통해 정교하게 풀어야 한다. 권력이 ‘직선제’라는 함정을 내리꽂는 순간, 개혁이라는 이름의 칼날은 스포츠의 자율성을 도려내고 이념 세력에게 새로운 진지를 헌납하는 자해 행위로 귀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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