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08/0000038499
시사IN
애완에서 반려로, 반려 다음 우리는 함께 사는 존재를 무어라 부르게 될까요. 우리는 모두 ‘임시적’ 존재입니다. 나 아닌 존재를, 존재가 존재를 보듬는 순간들을 모았습니다. 나는 경기도 용인의 한 중학교에 살고 있는 어치야. 무슨 어치가 중학교에 다니냐고? 그게 말이지, 나는 산을 좋아하는데 여기에는 산이 많아서 살기가 참 좋아. 학교에 사는 장점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학교는 보통 산이랑 인접한 곳이 많고 나무도 심겨 있는 데다, 학생들은 우리한테 관심이 없다는 거야. 등교를 하는 아침부터 하교하는 오후까지 좀 북적거리기는 해도 나머지 시간은 무척 조용해.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울 때는 호기심 많은 학생들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끝장 나니까 최대한 사람들이 못 찾을 만한 곳에 둥지를 틀지.
봄이 되어 둥지 지을 곳을 찾고 있는데 건물 옆에 있는 단풍나무가 딱이길래 나뭇가지를 물어다 나르기 시작했어. 그런데 하필 바로 옆 건물에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거야. 다 간 다음 안에 들어가서 살펴봤어. 건물 바깥으로 틈을 두고 기둥을 세워 벽에 무언가를 덧대어놓았는데 그 좁은 틈이 둥지 짓기에 딱이겠더라고. 그래서 단풍나무에 둥지 짓던 건 그만두고 건물 틈 안에 둥지를 만들기 시작했지. 둥지가 다 완성되고 알을 두 개 낳을 무렵 안쪽 창문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뭔 일인가 싶어 고개를 빼꼼 내밀어 안쪽을 살펴보니 아이코, 사람들에게 발각된 모양이야.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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