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청년의 자립은 환경의 한계를 개인의 잠재력과 노력으로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다. 배경의 결핍이 온전한 성장의 발판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가 청년들에게 독립적인 주체로서 도전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교육 현장과 민간 장학 제도의 주소는 우리 사회의 지원 체계가 청년들의 신념과 존엄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깊은 의문을 던져준다.
최근 민생경제연구소에서 주관하는 ‘꿈수저 청년장학금’(월 50만 원씩 6개월간 총 300만 원 지원)은 복잡한 서류 절차 없이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생활비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 지원서의 구체적인 문항을 채워가다 보면, 지원의 순수성 뒤에 숨겨진 무거운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지원서의 6번 문항은 다음과 같았다. "계엄과 탄핵, 현 시국과 관련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며, 우리 청년들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학업과 생계를 지탱하기 위해 지원한 민간 장학금에서, 청년들은 시국에 대한 자신들의 가치관을 증명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고 있었다. 당장의 현실적 안정이 절박한 청년들에게 특정 답변을 유도하는 이 방식은, 진정한 의미의 수혜라기보다 사실상의 사상검열에 가깝다. 더욱이 해당 장학 사업을 주도하는 안진걸 소장의 이력이 참여연대 사무처장,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 그리고 사회민주당 민생경제위원 등 특정 정파적 활동에 깊이 맞닿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질문이 청년들을 특정 이념에 굴복시키고 길들이려는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단 하나의 민간 재단에 국한된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청년 지원 생태계를 들여다보면, 청년들의 경제적 취약성을 매개로 삼아 일방적인 사상적 동조를 요구하는 구조적 흐름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다수의 시민단체와 지자체 산하 청년 기구들이 제공하는 활동 지원금이나 인턴십 기회의 이면에는, 주최 측의 이념적 궤적에 동조해야만 온전히 수용될 수 있는 스크리닝 장치들이 작동하곤 한다. 이는 도움이 필요한 청년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시키는 복지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지원이 절실한 청년일수록 부당한 요구나 성향 검증에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결국 복지라는 이름 아래 청년들을 특정 진영의 논리를 대변하는 대리인으로 길들이는 결과를 낳게 되며, 이는 공적 성격을 띤 복지 자원을 정파적으로 사유화하는 불공정의 문제를 야기한다.
이러한 구조적 종속은 이미 우리 아이들이 거쳐 오는 교육 현장에서부터 정교하게 빌드업되어 온 결과물이다. 과거 인헌고 사태에서 목격했듯, 교육 현장의 이념 강요와 정치적 편향 교육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교실 현장에서 들려오는 제보들은 가히 충격적이다. 일부 교사들이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다른 학생들을 향해 ‘내란견’, ‘극우’라는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으며 학생들의 인격을 짓밟고 있다. 정규 수업 시간에 정치 편향 방송을 시청하게 하거나, 진영 논리가 투영된 영화를 보여준 뒤 감상문 작성을 강요하는 행태가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 학교를 특정 진영의 사상 주입 터전이자 학생들을 홍위병화하는 공간으로 변질시켜 온 흐름이, 이제는 사회에 나온 청년들에게 '장학금'이라는 경제적 권력을 쥐고 똑같은 방식의 사상적 굴복과 사상검열을 요구하는 거대한 카르텔로 완성된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일방적인 지적에 앞서 깊은 성찰과 뼈아픈 자기진단을 감내해야 한다. 왜 많은 청년과 학생들이 가치관의 자기검열과 모욕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러한 구조 속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가. 답은 명확하다. 자유와 시장경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해 온 자유우파 진영이 정작 청년들이 매달 직면하는 현실적인 생계의 무게와 교육 현장의 고립을 분담할 실질적인 인프라를 만들어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파 진영은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데에만 머물렀을 뿐, 청년들이 겪는 구체적인 결핍의 현장을 채워주고 그들의 방어막이 되어주는 일에는 소홀했다. 디딤돌이 없는 상태에서 자립만을 요구하는 것은 공허한 훈계에 불과하다. 우리가 청년들의 고립과 가계의 부담을 방치하는 동안, 상대 진영은 교실에서부터 장학재단에 이르기까지 그 공백을 파고들어 자신들의 인프라를 촘촘하게 구축해 놓았다. 청년들을 사상 검증의 시험대로 내몬 책임에서 우리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는 단편적인 문제 제기를 넘어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때다. 이 대안은 과거의 경직된 기계적 장학 제도로의 회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유우파 진영 역시 청년들이 사상과 신념을 저당 잡히지 않고도 당당하게 일어설 수 있는 독자적이고 건강한 인재 양성 생태계를 직접 구축해야 한다. 상대 진영이 시혜적 구조와 사상검열을 통해 청년들을 진영의 논리 속에 가두고 굴복시키려 할 때, 우리는 청년들이 자유시장경제 체제 안에서 주도적으로 기회를 포착하고 역량을 만개할 수 있는 진정한 리더 양성 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 학교 현장의 사상 독재와 부당한 선동에 맞서 학생들을 보호하고, 신념을 묻지 않는 공정한 기회와 개인의 잠재력을 온전히 신뢰하는 건강한 장학 인프라와 정책 네트워크를 세우는 것이 보수의 진정한 역할이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지원금 몇십만 원에 자신의 양심을 바꾸는 나약한 존재가 아니다. 교실의 선동과 사회의 사상 검증 속에서도 청년들의 존엄을 지키고 온전한 자립을 도울 수 있는 진짜 사다리를 놓는 일, 그것이 지금 자유우파가 직시해야 할 가장 시급한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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