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놓고 대규모 국민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향후 부동산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중요한 정책일수록 충분한 토론과 숙의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를 바라보며 두 가지 의문이 든다. 사실 두 가지 의문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첫째는, 이미 구상하고 있는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에 사회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절차는 아닌가 하는 점이다. 토론회가 다양한 대안을 자유롭게 검토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실상 정해진 정책 방향에 국민적 공감대를 덧입히는 과정이라면 토론은 형식적 절차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정책 실패에 대비한 정치적 안전장치일 가능성이다. 그동안 반복되어 온 각종 부동산 규제는 시장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못했고, 곳곳에서 부작용을 낳았다. 그럼에도 정책 기조를 유지하려는 정부가 훗날 "정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결과였다"고 설명할 여지를 마련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달리 말하면 ‘내가 아니라, 국민이 원해서 한 것’이라고 하면서 책임 회피 및 국민에게 책임 전가를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 정부가 이번 토론회를 통해 기존 정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다. 실제 의도가 무엇인지는 토론회의 패널 구성과 발언 기회의 균형, 그리고 무엇보다 토론 이후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지는지를 지켜본 뒤에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와는 별개로 이번 토론회 개최에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의견을 모으면 더 좋은 부동산 정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시장은 토론을 통해 설계되는 질서가 아니다. 부동산 가격은 정부도, 전문가도, 토론회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집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 전세를 원하는 사람과 월세를 선택하는 사람, 지금 사려는 사람과 기다리려는 사람 등 수많은 사람들의 판단과 선택이 끊임없이 부딪히며 형성되는 결과가 바로 시장 가격이다.
하이에크가 말했듯이 시장에는 누구도 독점할 수 없는 지식이 흩어져 있다. 개인이 가진 정보와 사정, 미래에 대한 기대와 판단은 모두 다르다. 더구나 이 정보에는 정부나 통계 당국이 파악할 수 있는 명시적 정보뿐 아니라, 말이나 글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암묵적 지식도 포함되어 있다. 시장은 이러한 분산된 지식을 가격이라는 하나의 신호 속에 응축한다. 정부가 아무리 많은 전문가를 모으고 국민의 의견을 듣는다 해도 시장에 흩어진 수백만 개, 수천만 개의 정보를 대신 모을 수는 없다.
바로 이 점에서 이번 국민토론회는 치명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면서, 정작 가장 생생한 '국민의 소리'인 시장 가격은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토론회를 열어 국민의 의견을 듣겠다고 하지만, 정작 시장은 이미 가격을 통해 매일 국민의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집을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기다리는 사람, 포기하는 사람, 전세와 월세를 선택하는 사람, 투자하는 사람 등 수백만, 수천만 국민의 선택이 서로 부딪히고 조정되며 하나의 목소리로 응축된 것이 바로 가격이다. 시장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의 희망과 기대, 불안과 판단, 그리고 선택이 응축된 국민의 의사표시이며 곧 국민의 소리다.
그런데 정부는 이미 시장이 매일 들려주고 있는 이 국민의 소리는 외면하면서, 과연 어떤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는 것인가. 이러니까 실패한 정책의 ‘정치적 면피용 퇴로’를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구심이 나오는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귀를 기울여야 할 곳은 급조된 토론회장이 아닌, 수백만, 수천만 국민이 매순간 자신의 돈과 책임을 걸고 선택하는 시장의 목소리부터 경청하기 바란다. 시장이 들려주는 가격의 언어는 어떤 토론회보다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어떤 여론조사보다도 정직하다. 국민의 소리는 토론회장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은 이미 시장에서 가격이라는 언어를 통해 매일 말하고 있다. 그 소리를 먼저 들어라.
권혁철(자유시장연구소장, 코리아리버티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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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기는 시장없다"는 오만한 이재명적 스탠스를 가지고는 '국민'토론회를 천번, 만번 해도 반시장적 헛소리만 들을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