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는 선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이 권력을 비판할 자유, 정부의 정책을 의심할 자유, 다수의 의견에 맞설 자유가 있을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살아 숨 쉰다. 표현의 자유는 수많은 기본권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다른 모든 자유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최근 이 나라에서 시행된 이른바 '가짜뉴스' 규제는 이러한 원칙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허위정보를 막겠다는 목적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누가 허위를 판단하는가'이다. 국가 권력이 진실의 최종 심판자가 되는 순간, 표현의 자유는 언제든 정치권력의 필요에 따라 제한될 위험에 놓인다.
아이러니한 것은 국제사회의 흐름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의 관련 법률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플랫폼에 과도한 검열 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며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반면, 언론 통제로 비판받아 온 이란조차 '가짜뉴스 금지법'이 과도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결국 법안을 철회했다. 두 사례는 서로 다른 정치체제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공통적으로 국가가 진실을 독점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
민주주의에서 잘못된 말은 국가의 침묵 강요가 아니라 더 많은 사실과 더 많은 토론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권력이 "이 말은 허용되고 저 말은 금지된다"고 결정하기 시작하면, 오늘의 허위는 내일의 비판이 되고, 오늘의 검열은 내일의 일상이 된다.
정부는 언제나 허위정보와 사회적 혼란을 명분으로 더 큰 권한을 원한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는 정부를 믿기 때문에 유지되는 체제가 아니라, 정부 권력을 끊임없이 제한하기 때문에 유지되는 체제다.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두텁게 보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표현의 자유는 듣기 좋은 말만 보호하는 권리가 아니다. 불편한 말, 권력을 불안하게 만드는 말, 다수와 다른 의견까지 보호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가진다. 국민의 입을 막는 순간 민주주의는 침묵을 배우고, 권력은 비판받지 않는 존재가 된다.
자유민주주의의 종말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국민이 스스로 말하기를 두려워하고, 정부가 국민 대신 진실을 결정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된다. 그래서 자유는 총칼보다 먼저 언어에서 무너진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일은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다.
댓글 0